■ 금리 인상이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변동금리로 쏠렸던 대출자들의 수요가 최근 고정금리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 최근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보면 고정금리 상·하단이 모두 변동금리보다 더 낮았습니다. 하지만 금리는 내년에도 지속적인 기준 금리 인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이고 있습니다.
1. 금융당국 유도와 채권시정 안정화 등으로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눈에 띄게 낮아졌다는 점이 고정금리 선호에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초저금리 시대와 함께 변동금리가 크게 낮아지면서 신규 대출자들의 수요는 변동금리로 집중되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기준 금리 인상과 함께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이자에 대출금리를 변동 금리를 선택해 일정 수준으로 묶어두려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5월 신규 취급액 기준 17%대까지 떨어졌던 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지난 10월 30%까지 늘어났습니다.
이런 움직임에는 고정금리 대출로 적극 유도하고 나선 금융·감독 당국의 입김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 4월 금융감독원은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를 개선하겠다며 시중은행에 올해 연말까지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52.5%로 맞추라고 권고했습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들은 가산금리를 낮추거나 우대금리를 높이는 등의 방식으로 고정금리를 조정해 왔습니다.
위험손실 관리에 따라 변동금리가 낮은 게 일반적인데 고정금리가 더 낮은 역전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 겁니다.
실제 최근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보면 고정금리 상·하단이 모두 변동금리보다 더 낮습니다.
변동금리 기준이 되는 코픽스는 계속 오르는 반면 채권시장 안정화 등과 맞물려 고정금리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는 떨어지고 있단 점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2. 높아지는 금리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대출자들이 많아지고 있지만 당분간 지속적인 금리 인상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 최종 기준금리가 3.5% 일 것이라는 전망과 관련해 경제 상황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면서 내년 상반기 경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했습니다.
이 총재는 지난 20일 '물가안정목표 운영 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3.5%는 전제가 달라지면 바뀔 수 있다"라고 발언했습니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한은의 통화정책 기조가 향후 물가 상승률 등 각종 지표 변화에 따라 최종 기준 금리 전망치가 수정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이 됩니다.
이 총재는 "과소 대응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은 일부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개인 의견"으로 "한은 전체나 금통위 전체의견이라고 보기 어렵고 한은의 기조나 정책에 대한 약속이라고 이해하면 곤란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11월 데이터만 보면 다수 금통위원이 최종 기준 금리 3.5%면 과소 대응이나 과대 대응이 아닌 적당한 대응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한은의 기준금리는 3.25%로 앞서 지난달 열린 금통위에서 6명의 금통위원 중 3명이 내년 최종 기준금리 3.5%가 적정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특히 이 총재는 최근 장단기 금리 역전이 경제침체 전조라는 해석과 관련해 "경기침체를 예측하는 것은 그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총재는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1.7%로 예상하고 올 상반기에는 경기가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경기가 침체로 가느냐. 아니냐는 경계선에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에도 물가 중심의 통화정책을 이어가겠다며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딱 잘라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어려움도 토로했습니다. 그는 "물가상승률 목표치가 2%라고 해서 2%에 근접했을 때 통화정책을 반영하는 것은 아니고 중장기 흐름을 예측하면서 목표치로 수렴하나 하지 않냐를 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런면에서 너무 늦게 대응하면 경기침체를 악화할 가능성이 있고 반면 일찍 대응하면 다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스탑 앤 고(stop-and-go)'라는 말처럼 통화정책의 신뢰성을 상실할 수 있어 두 상황 모두를 고려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라고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3. 높아지는 금리에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올해보다 5.0%(460원) 오른 최저임금 9620원을 적용해야 합니다.
올해 하반기 들어 본격화한 금리인상 기조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고,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것 역시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이달 중소기업 경기전망지수는 전월보다 0.6p(포인트) 하락한 81.7로 나타났습니다. 경기전망지수가 100 이상이면 긍정적으로 응답한 업체가 많음을 나타낸다.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합니다.
경기전망지수는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4. 이런 분위기는 중소기업 현장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정비업체 대표는 "올해 8월 이전만 해도 3.2%였던 금리가 이달 7.1%까지 치솟았다. 넉 달 사이 2배 이상이 된 것"이라며
"현재 25억원 정도 차입금이 있는데, 내년에 금리가 더 오른다고 하니 이자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여기에 엔진오일, 부동액, 각종 부품 등 정비에 쓰이는 각종 원자재 가격 오름세 역시 이어진다"며 "올해는 흑자를 조금 보는 수준으로 마감할 텐데, 이러한 흐름이라면 내년엔 적자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힘듦을 토로했습니다.
주물업체 임원 역시 "내년에 당장 최저임금이 오르면 인건비가 올해보다 7∼8% 정도 증가한다. 올해 4월까지만 해도 거래하는 은행들 금리가 2.8∼3.1% 정도였는데, 지금은 4.7∼5.3% 수준으로 높아진 상황"이라며
"연간 이익률이 3∼4%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에 이익은 손익분기점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라고 걱정했습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중고, 삼중고 속에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정책자금을 확대하는 등 정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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