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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고무신 이우영 작가 사망 이유는? 저작권 분쟁

그릿이슈 2024. 6. 14. 08:27

어렵고 가난했던 1960대에서 70년대의 한국의 모습을 따뜻한 감성으로 녹여낸 만화 ‘검정고무신’의 이우영 화백이 향년 5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검정-고무신-1권-표지-사진
검정-고무신-1권-표지

1. 2023년 3월 12일 일요일 인천 강화경찰서에 따르면,
 
전날인 2023년 3월 11일 오후 7시께 인천시 강화군 선원면 한 주택에서 이 작가가 방문을 잠근 채 기척이 없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그의 가족이 경찰에 신고를 했습니다.



이우영-작가-별세
이우영-작가-별세

경찰은 소방 당국과 함께 출동해 닫힌 문을 강제로 연 뒤 방 안에서 숨져 있던 이우영 작가를 발견했습니다.
 
사인은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이 작가 가족들은 경찰 조사에서 "저작권 소송 문제로 힘들어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경찰은 유족들의 뜻에 따라 부검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국민학생인 주인공 기영이의 가족과 이웃, 친구들의 이야기를 그린 ‘검정고무신’은 지난 1992년에서 2006년까지 소년챔프에 최장수 연재를 했고, 현재까지도 애니메이션을 통해 많은 사랑을 받아온 작품입니다.
 
도래미(이영일) 작가의 글에 이우영, 이우진 화백 형제가 그림을 그린 작품으로 1995년 한국만화문화상 신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검정고무신’은 14년간 장기 연재됐으며 45권짜리 단행본으로도 출간되었습니다.
 
또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으며, 캐릭터 사업으로도 이어졌습니다.
 
 
 
 
 
2. 1990년대 인기 만화 '검정 고무신'을 그린 만화가 이우영 작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가운데, 그 배경으로 지목된 저작권 분쟁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우영  작가는 2019년부터 '검정 고무신' 공동 저작권자들과 수익 배분 관련 법적 다툼을 벌여왔습니다.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연재된 '검정 고무신'은 1960년대 서울을 배경으로 초등학생 기영이와 중학생 기철이, 그리고 그 가족들이 사는 모습을 그린 만화입니다.

검정-고무신-한-장면-사진
검정-고무신-한-장면

이 작가가 동생 이우진 작가와 함께 그림을 그렸고, 이영일 작가가 글을 썼습니다. 
 
검정 고무신은 단행본으로 총 45권이 출간되었고, 1999년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TV 애니메이션이 KBS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으며, 캐릭터 사업으로도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2007년 작가들이 제작사 형설앤 A대표와 '검정 고무신'에 대한 사업권 계약을 맺으면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형설앤의 A대표는 이듬해 사업화를 위해 필요하다며 작가들에게 지분을 양도받아 저작권위원회에 자신의 이름을 창작자로 함께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1년 기준 A 대표의 '검정 고무신' 캐릭터 지분은 53%에 이른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후 이 작가 측과 형설앤 측은 공동 저작권자와 협의 없이 캐릭터를 사용한 것을 두고 소송을 벌여왔습니다.

 
특히 이우영 작가는 2020년 11월 개봉됐던 극장판 애니메이션 '추억의 검정고무신'에 대해 "원작자에게 어떤 동의도 얻지 않고 만들었다"라고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2020년-개봉한-검정-고무신-극장판-포스터-사진
2020년-개봉한-검정-고무신-극장판-포스터

이에 당시 '검정고무신' 극장판 유통과 OTT 플랫폼 판매를 담당한 KT하이텔 측은 
"2020년 개봉 당시에도 작가님이 항의한 거로 알고 있는데, 제작사와 얘기했을 때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라고 전했고, 
캐릭터 대행사 역시 "계약서상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전혀 없다"라며 
"문제가 있었다면 제작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당시 논란이 커지자 한국만화가협회는 성명을 내어
“ 검정 고무신 사건은 창작자가 보유한 저작권을 사업이라는 명목으로 포괄적, 배타적으로 양도받아 행사하는 불공정한 계약 관계가 만화계에 만연한다는 걸 시사하는 사례”라고 비판했습니다.
 
 
 
 
 
3. 그런데 형설앤은 지난해인 2022년 10월에도 극장판 애니메이션 <검정 고무신: 즐거운 나의 집>을 제작, 개봉했습니다.

2022년-개봉한-검정-고무신-극장판-포스터-사진
2022년-개봉한-검정-고무신-극장판-포스터

이우영 작가와 형설앤의 저작권 소송이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속편을 만든 것에 대한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 작가는 지난해 극장판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즐거운 나의 집' 개봉을 앞두고,

 
한 유튜브 채널 댓글을 통해 "원작자인 나에게 허락도 구하지 않고 만들었으며, 얼마 되지 않는 원작료까지 지급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나는 캐릭터 대행 회사로부터 자신들 허락 없이 '검정 고무신' 캐릭터를 등장시킨 만화를 그렸다는 이유로 피소되어 4년째 소송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자신의 캐릭터를 사용하고도 저작권 침해로 고소를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한 것입니다. 

이어 이우영 작가는 

"원작자가 왜 캐릭터 대행 회사 허락을 얻어서 만화를 그려야 하는지, 왜 원작자인 내가 피고인의 몸으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지 어리둥절하다"며 
 
" 순리대로 잘 해결될 거라 믿고 있다. 후에 제대로 된 '검정 고무신' 영상으로 찾아뵐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에 형설앤 측은 "이우영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원작자 이영일, 이우영의 사업권 계약에 따라 '검정고무신'을 통해 파생된 저작물 및 그에 따른 모든 2차적 사업권에 대한 권리를 위임받아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검정고무신:즐거운 나의 집'에 대해선 

"글 작가 이영일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1999년부터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온 새한프로덕션이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라며 '원작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이우영 작가의 주장은 허위라고 맞섰습니다.


 
 
 
 
4. 이우영 작가는 최근 한 치킨 브랜드에 '검정 고무신' 그림이 삽입된 것에 대해
 
"치킨 브랜드에 문의하니 캐릭터 대행회사 측에서 아무 문제없다고, 캐릭터 계약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 시 책임지겠다고 해서 계약을 했다고 메일을 보냈다" 며
 
"원작자를 피고인으로 만들어 재판을 걸어놓고 막무가내로 캐릭터 사업을 하면서 아무 법적 문제가 없다고 하니 참 답답하다. 촌동네 양아치도 이들보단 낫지 않을까 싶다"라고 4일 전 한 유튜브 댓글을 통해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작품의 성공과는 별개로 그림을 그린 이우영 화백은 저작권에서 배제되며 오랜 시간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형설앤과 소송을 벌여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생전 이 작가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캐릭터 대행회사에서 자신들이 저작권자라고 주장하고 원저작자인 만화가도 상의하지 않으면 캐릭터를 그릴 수 없다고 한다. 2021년 5월 분기별 수익 정산도 10만 원에 불과하다”라고 호소한 바 있었습니다.

형설앤 측은 원작자인 도래미(이영일) 작가와 사업권 계약을 맺고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바 있습니다.
 
 
한편 이우영 작가의 빈소는 인천 강화군 비에스종합병원장례식장 특 1호에 마련되었습니다. 오는 2023년 3월 14일에 발인이 엄수되며, 장지는 인천가족공원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